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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봄, 한국 출판계에 새로운 문이 열렸다. 이름은 래빗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토끼굴처럼 독자를 전혀 다른 세계로 안내하겠다는 이 출판 브랜드는, 론칭 2년 만에 정보라·조예은·배명훈 등 한국 SF·판타지·호러 문학의 핵심 작가들을 품으며 장르 문학의 새로운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래빗홀이 무엇인지, 어떤 책들을 펴내는지 알아본다.
래빗홀은 인플루엔셜 출판사가 2023년 3월 론칭한 문학 브랜드로, SF·판타지·미스터리·호러 등 한국 장르 소설을 중심으로 출판한다. 이름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 토끼굴에서 따왔다. 독자를 환상적인 세계로 향하는 새로운 문으로 안내하겠다는 의미다.
모회사인 인플루엔셜은 2008년 4월 설립된 출판·콘텐츠 기업으로, 대표는 문태진이다. 자기계발·경영·인문 분야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져온 인플루엔셜이 문학 브랜드를 별도로 론칭한 것은 한국 장르 문학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명확한 베팅이었다. 래빗홀 브랜드 론칭 직전인 2023년 초, 오디오북 플랫폼 윌라를 통해 정보라·조예은·배명훈 등 핵심 작가들의 단편소설을 먼저 공개하며 독자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래빗홀을 이해하려면 모회사 인플루엔셜의 여정을 먼저 알아야 한다. 인플루엔셜은 강연 비즈니스 전문 기업으로 2008년 출발했다. 대표 문태진은 연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와튼 MBA를 마친 뒤, 국내 강연 시장을 체계화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2013년 출판사업부를 론칭하며 첫 책을 냈다. 강수진의 『나는 내일을 기다리지 않는다』가 그 시작이었다. 이듬해 출간한 『미움받을 용기』는 역대 최장기간인 51주 연속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며 인플루엔셜을 출판계의 핵심 플레이어로 만들었다. 이후 『돈의 심리학』, 『내면소통』, 『파친코』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 베스트셀러를 연이어 기획했다.
2019년에는 독서 플랫폼 윌라를 공식 런칭했다. 오디오북으로 시작한 윌라는 전자책, AI TTS, 오디오 웹소설로 서비스를 확장하며 현재 600만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한 국내 대표 독서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구글 2024 올해의 베스트 앱에 선정되기도 했다. 2023년에는 한국문학 브랜드 래빗홀과 아동 브랜드 북스그라운드를 론칭하며 출판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현재 인플루엔셜은 강연·출판·플랫폼 세 축을 갖춘 종합 지식 콘텐츠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래빗홀의 핵심 철학은 “중심과 주변의 경계를 넘는다”는 것이다. 주류 문단에서 오랫동안 주변부로 취급받아 온 SF·판타지·호러 장르를 문학의 중심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독자들에게 ‘환상적 이야기를 탐험하며 용기와 희망을 얻는 독서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것이 래빗홀이 내건 목표다.
주목할 점은 단순히 상업적 장르 소설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보라의 페미니즘 SF, 조예은의 다크 판타지처럼 사회적 발언을 담은 작품들을 전면에 내세우며, 장르 문학과 문학성이 공존할 수 있음을 증명해왔다. 2022년 정보라의 『저주토끼』가 국제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르고, 2026년 정보라의 두 작품이 로커스상 최종 후보에 동시 선정된 것은 이 방향성이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았다는 증거다.
『저주토끼』 — 정보라 (2022)
2022년 국제 부커상 최종 후보. 저주와 복수라는 테마로 한국 사회를 날카롭게 해부한 단편집. 래빗홀의 정체성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붉은 칼』 — 정보라 (2019, 개정판 2026)
나선정벌을 우주 SF로 재해석한 장편. 2026년 3월 전면 개정판 출간. 같은 해 로커스상 번역소설 부문 최종 후보 선정.
『해저도시 타코야키』 — 김청귤 (2023)
래빗홀의 첫 번째 출간작. 기후 변화로 물에 잠긴 지구를 배경으로 한 연작소설집.
『한밤의 시간표』 — 정보라 (2023)
부커상 이후 정보라의 첫 신작 소설집. 2026년 로커스상 번역소설 부문 최종 후보.
한국 SF·판타지·호러 장르 문학에 입문하고 싶다면 래빗홀 라인업이 가장 확실한 출발점이다. 단순히 재미를 위한 장르 소설이 아니라, 지금 한국 사회를 가장 예리하게 바라보는 작가들의 시선이 담긴 작품들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정보라의 국제 수상 행진이 증명하듯, 래빗홀의 작품들은 한국 독자만이 아닌 세계 독자와 공명할 수 있는 보편성을 갖추고 있다.
래빗홀 공식 홈페이지(https://www.influential.co.kr/books)와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rabbithole_book)에서 신간 소식과 더 많은 작품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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