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랑 작가 소개: 넷플릭스 드라마 원작 작가, 장르를 초월한 이야기꾼

2026년 1월 1일 새해 첫날, 서울 종각 보신각에서 제야의 종이 울렸다. 시민 대표로 선정돼 그 자리에 선 사람 중 하나가 소설가 정세랑이었다.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자리에 그가 서 있었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 장르의 경계를 허물고, 보이지 않는 것들에 목소리를 주고, 연대의 감각을 소설로 빚어온 작가. 2026년 신간을 예고하며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는 정세랑 작가의 문학 세계를 만나본다.

 

정세랑 작가
정세랑 작가(출처 : 교보문고)

 

작가 소개: 편집자에서 이야기꾼으로

정세랑은 198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 역사교육과를 졸업하고 국어국문학을 이중전공했다. 역사와 문학을 동시에 탐구한 학창 시절은 훗날 그가 역사 속 인물과 현실을 교차하는 소설을 쓰는 토대가 됐다. 말보다 글이 편했던 그는 졸업 후 민음사와 문학동네에서 편집자로 일했다. 동화책 담당을 원했지만 배정된 곳은 한국문학 부서였다. 그 우연이 이야기 창작의 문을 열었다.

2010년 장르문학 잡지 《판타스틱》에 단편 「드림, 드림, 드림」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편집자라는 직업을 유지하면서 틈틈이 소설을 썼고, 2013년 『이만큼 가까이』로 제7회 창비장편소설상을 수상하면서 전업 작가로 전환했다. 등단 이후 15년, 그 사이 장편소설·단편집·에세이를 포함해 열 권이 넘는 작품을 세상에 내놓았다.

작가 스스로 자신의 일관된 탐구 대상으로 “인간성의 핵심”을 꼽는다. “인간이 본질적으로 폭력적인지, 이타적인지 등을 짚어 보는 게 늘 제가 가진 질문 중 하나고요. 아직 결론을 내리지 않았지만 ‘시대와 불화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미래를 가져온다’는 게 지금의 생각입니다.” 이 질문이 장르를 바꾸고 시대를 달리하면서도 정세랑 소설 전체를 하나로 묶는 축이다.



작가 스타일 및 문학 세계

정세랑 문학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SF, 판타지, 순수문학, 역사소설을 자유롭게 오가면서도 어느 작품에서든 “현실에 기반한 판타지, 상상을 곁들인 다큐멘터리”라는 감각이 일관되게 흐른다. 이 감각이 어떻게 진화해왔는지를 세 시기로 나눠 살펴보면 작가의 궤적이 선명하게 보인다.

첫 번째 시기 — SF·장르소설, 상상력의 해방구

데뷔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정세랑은 SF와 장르소설을 주무기로 삼았다. 『덧니가 보고 싶어』(2011), 『지구에서 한아뿐』(2013), 단편집 『옥상에서 만나요』가 이 시기 대표작이다. 외계인과의 사랑, 비일상적인 존재들이 등장하는 이야기들은 얼핏 황당하지만 그 안에서 인간의 욕망과 두려움, 그리고 사랑의 본질을 비춘다. 이 시기 정세랑의 소설은 독자에게 “이렇게 황당한 이야기를 이렇게 자연스럽게 읽게 되는 게 가능한가”라는 놀라움을 안긴다. 이 황당함이 현실처럼 읽히는 이유는 인물들이 어떤 상황에서도 진지하게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시기 — 장르와 리얼리즘의 결합, 연대의 발견

『이만큼 가까이』(2014), 『보건교사 안은영』(2015), 『피프티 피플』(2016)로 이어지는 이 시기는 정세랑 문학의 도약기다. 장르적 상상력을 유지하면서 현실 사회의 구조와 인물들을 전면에 끌어들인다. 『보건교사 안은영』은 젤리 형태의 나쁜 기운을 퇴치하는 보건교사라는 독창적 설정으로 한국 사회의 보이지 않는 위계와 폭력을 다루며 2020년 넷플릭스 시리즈로 제작됐다. 『피프티 피플』은 50명의 인물이 교차하는 병원 공동체 이야기로 한국일보문학상을 받았다. 다양한 개인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 그 연결이 세상을 조금씩 낫게 만든다는 것. 이 시기 정세랑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어가 바로 ‘연대’다.

세 번째 시기 — 역사·여성·디아스포라, 시선을 넓히다

『시선으로부터,』(2021),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2024)로 이어지는 최근작에서 정세랑의 시선은 역사와 여성, 더 넓은 시간적·공간적 스케일로 확장된다. 20세기를 살아낸 여성 화가의 삶을 담은 『시선으로부터,』는 나혜석을 연상시키는 인물 심시선을 통해 억압과 차별 속에서도 굴하지 않는 여성의 서사를 그린다.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는 역사 미스터리와 SF를 결합해 정세랑 문학의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어졌는지를 보여준다. 두 작품 모두 연대와 여성이라는 주제를 유지하면서 그것을 더 깊은 시간과 공간 속에서 탐구한다. 작가가 말하는 “디지털 시대에 말을 조금 더 정교하게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포착”하려는 지향이 이 시기 소설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대표 작품 목록

『보건교사 안은영』 (민음사, 2015)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원작. 정세랑 최다 판매작. 젤리 형태의 나쁜 기운을 퇴치하는 보건교사의 이야기.

『피프티 피플』 (창비, 2016) — 한국일보문학상 수상. 50명의 손을 맞잡는 연대의 서사. 10만 부 돌파 전면개정판 출간.

『시선으로부터,』 (문학동네, 2021) — 20세기 여성의 삶을 담은 가족 서사. OTT 시리즈 제작 발표.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 (문학동네, 2024) — 역사 미스터리와 SF의 결합. 정세랑 문학 3기의 대표작.

『지구에서 한아뿐』 (창비, 2013 / 개정판 2021) — 외계인과의 사랑 이야기. 10년 만에 전면 개정한 정세랑의 두 번째 장편.

『목소리를 드릴게요』 (창비, 2018) — 정세랑 단편 세계의 정수. SF·판타지·순수문학이 한 권에.

『이만큼 가까이』 (창비, 2014) — 창비장편소설상 수상작. 정세랑 문학의 전환점이 된 작품.

수상 경력

2013년 『이만큼 가까이』로 제7회 창비장편소설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인 문단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2017년 『피프티 피플』로 한국일보문학상을 받으며 문학성을 공인받았다. 이후 다수의 문학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며 한국 현대문학의 중심 작가로 자리 잡았다.

2026년에는 신간을 예고하며 다시 한번 출판계의 화제 인물로 떠올랐다. 『시선으로부터,』의 OTT 시리즈 제작이 발표되었고, 이로써 정세랑은 『보건교사 안은영』에 이어 두 번째 영상화를 앞두게 됐다. 작가 공식 인스타그램(@serang_c)과 교보문고 작가 페이지에서 최신 소식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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