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이 작가 소개: 아동문학계 노벨상 후보, 40년 이야기꾼의 문학 세계



2026년 4월 13일, 전 세계 아동문학 관계자들의 시선이 이탈리아 볼로냐로 향한다. 그 자리에서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의 수상자가 발표된다. 한국 작가 이금이 작가가 최종 후보 6인 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린 채, 그날을 기다리고 있다. 40년간 어린이와 청소년 곁에서 50권이 넘는 작품을 써온 이야기꾼, 이금이의 문학 세계를 만나본다.

이금이작가
이금이작가(출처: 씨네21)

작가 소개: 어린이문학이 선택한 이야기꾼

이금이 작가는 1962년 충청북도 청원에서 태어났다. 유년 시절부터 이야기꾼 할머니 곁에서 자라며 이야기의 힘을 온몸으로 익혔다. 소녀 시절 아버지가 사다 준 소년소녀세계문학전집을 탐독하며 “이런 책을 쓰는 사람이 되겠다”는 꿈을 품었고,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진학 대신 습작에 매달렸다.

1984년, 단편동화 「영구랑 흑구랑」이 새벗문학상에 당선되면서 문단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로부터 40년이 흘렀다. 그 사이 50권이 넘는 작품이 독자에게 닿았다. 어린이 동화, 청소년소설, 성인 장편소설로 이어지는 폭넓은 스펙트럼은 국내 아동청소년문학 작가 가운데 유례가 없는 성취다.

작가 스스로 이렇게 말한다. “내가 어린이문학을 선택한 게 아니라, 어린이문학이 나를 선택했다.”

작가 스타일 및 문학 세계

이금이 문학을 이해하는 열쇠는 그의 커리어가 세 개의 층위로 쌓여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첫 번째 층은 농촌과 자연, 두 번째 층은 청소년과 도시, 세 번째 층은 역사 속 여성과 디아스포라다. 이 세 층위는 순서대로 쌓인 것이 아니라 서로 스며들고 이어지며 하나의 일관된 세계관을 형성한다. 그 세계관의 중심에는 언제나 단 하나의 질문이 있다. “존재 자체로 사랑받을 권리가 있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이 아파야 하는가.”

첫 번째 층: 농촌, 자연, 그리고 위안의 공간

이금이의 초기작은 압도적으로 농촌을 배경으로 한다. 데뷔작 「영구랑 흑구랑」을 비롯해 「봉삼 아저씨」, 「가슴에서 자라는 나무」, 『밤티마을 큰돌이네 집』이 모두 농촌 공동체를 무대로 삼는다. 단순한 배경 선택이 아니다. 이금이에게 농촌은 “자신을 받아주고 신뢰해주는 영원한 자연”이라는 공간적 의미를 가진다. 부모가 떠나고, 가난이 짓누르고, 아이들이 흔들릴 때도 자연만이 줄 수 있는 무조건적인 수용이 거기 있다. 이 시기 그의 문체는 서두르지 않는다. 계절의 변화와 땅의 냄새, 이웃의 온기가 천천히 축적되며 독자를 품는다.

두 번째 층: 청소년소설의 개척, 상처를 직시하는 용기

1999년 『너도 하늘말나리야』 출간은 이금이 문학의 결정적 전환점이다. 그리고 이것은 단순한 한 작가의 변화가 아니라 한국 문학사의 사건이었다. 당시 한국에서 청소년소설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 장르였다. 청소년을 교육의 대상이 아닌 문화의 주체로 바라보고, 그들이 실제로 겪는 폭력과 상처와 욕망을 가감 없이 소설화하는 작업이 2000년대 이전에는 거의 없었다. 이금이는 그 선두에 서 있었다.

그의 청소년소설이 갖는 가장 큰 특징은 현실의 무게를 피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정폭력(『너도 하늘말나리야』), 아동 성폭력과 트라우마(『유진과 유진』), SNS와 자존감의 문제(『너를 위한 B컷』)를 정면으로 다룬다. 그러나 이금이의 소설이 고발 문학이나 교훈 소설로 읽히지 않는 이유는 명확하다. 그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대신,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아이들의 내면을 세밀하게 따라간다. 문제는 해소되지 않아도 괜찮다.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아는 순간, 아이들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이 구도가 이금이 청소년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서사의 원리다.

작가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어린이·청소년은 존재 자체만으로 사랑과 존중, 응원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우리는 결코 혼자 살 수 없으며 나보다 약한 존재들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함께 살아야 한다.” 이 말은 단순한 창작 철학 선언이 아니라, 그의 모든 소설을 한 문장으로 요약한 것이기도 하다.

세 번째 층: 여성, 역사, 디아스포라

이금이가 ‘여성’이라는 주제를 본격적으로 의식하게 된 것은 결혼과 출산, 육아를 직접 경험하면서부터라고 한다. 딸을 키우며 동화 속 여성 인물을 어떻게 그려야 하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초기작 『밤티마을 큰돌이네 집』에서 비전형적인 새엄마를 등장시켜 “모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 것도 그 고민의 산물이다.

2016년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부터 시작된 여성 디아스포라 3부작은 이 질문을 역사 속으로 확장한 작업이다. 일제강점기 하와이로 떠난 ‘사진 신부’, 사할린으로 강제 이주한 조선 여성들— 주류 역사는 이들을 기록하지 않았다. 이금이는 그 빈자리에 소설을 채워 넣었다. 그의 역사소설이 단순한 과거 복원이 아닌 이유는, 그 여성들의 이야기가 지금 이 시대 독자들에게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낯선 땅에서 혼자 버텨야 했던 그 여성들이 결국 살아남을 수 있었던 힘은 제도도 국가도 아닌 서로였다. 연대, 그것이 이금이가 역사에서 길어 올린 답이다.

이 세계관은 KBBY(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 한국지부)가 안데르센상 후보 추천서에서 밝힌 평정과 정확히 맞닿는다. “한국의 특수성을 드러내면서도 외국 독자들에게 보편적 감동을 끌어낸다.” 한국이라는 특정한 역사와 사회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그 안에서 포착하는 감정과 질문이 보편적이라는 것. 이것이 이금이 문학이 국경을 넘는 이유다.

대표 작품 목록

너도 하늘말나리야 (1999) — 교과서에 실리고 70만 부 이상 판매된 스테디셀러. 가정폭력이라는 무거운 현실을 세 아이의 우정이라는 빛으로 품어낸 청소년소설. 뮤지컬로도 제작되어 지금도 무대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유진과 유진 (2004) — 작가가 직접 “나의 대표작”이라 밝힌 소설. 동명이인 두 유진이 각자의 상처를 짊어지고 서로에게 기대는 이야기로, 출간 20년이 지난 지금도 청소년 필독서 목록에서 빠지지 않는다. 뮤지컬로도 각색됐다.

밤티마을 큰돌이네 집 (1994) — 30년 스테디셀러. 농촌을 배경으로 가족의 해체와 이웃의 따뜻한 연대를 그린 어린이 동화. 초등 전 학년이 읽을 수 있는 이금이 입문서.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 (2016) — 여성 디아스포라 3부작 1편. 일제강점기 한 소녀의 삶을 통해 여성과 역사가 만나는 지점을 탐구했다. 2018년 IBBY 어너리스트 글 부문에 선정됐다.

알로하, 나의 엄마들 (2020) — 여성 디아스포라 3부작 2편. 사진 한 장에 평생의 운명을 건 하와이 이민 1세대 여성들의 연대 이야기. 2023년 미국 노틸러스 출판상 역사소설 부문 금상 수상.

슬픔의 틈새 (2025) — 여성 디아스포라 3부작 완결편. 1940년대 사할린을 배경으로 역사의 소용돌이 속 한 여성의 생애를 그렸다. 2026년 평택시 ‘올해의 책’ 선정.

수상 경력

이금이 작가의 수상 목록은 한 작가의 성실함이 어떻게 쌓이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이다.

1984년 새벗문학상으로 등단한 이후 1985년 소년중앙문학상, 1987년 계몽사아동문학상을 연이어 수상했다. 2007년 제39회 소천아동문학상, 2012년 제8회 윤석중문학상을 받으며 아동문학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확립했다. 2018년에는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로 IBBY 어너리스트 글 부문에 선정됐고, 2024년 제56회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대통령표창(문학 부문)을 받았다.

국제 무대에서의 성과도 눈부시다. 2024년과 2026년, 두 차례 연속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글 부문 최종 후보 6인에 선정됐다. 글 부문에서 한국인이 최종 후보에 오른 것은 이금이가 처음이다.



2026년 4월 13일, 볼로냐가 주목하는 이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은 1956년 제정된 아동문학 분야 최고 권위의 국제상이다. 2년마다 전 세계 78개국 후보 가운데 글 부문과 그림 부문 각 1명을 선정해 시상한다. 수상 이후 작가의 전 작품이 세계 각국어로 번역되는 효과를 낳는 것으로 유명해,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2026년 최종 후보 글 부문에는 이금이와 함께 이란의 아흐마드 아크바르푸르, 프랑스의 티모테 드 퐁벨, 칠레의 마리아 호세 페라다, 미국의 팸 무뇨스 라이언, 영국의 마이클 로젠이 이름을 올렸다. 수상 결과는 2026년 4월 13일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현장에서 발표된다.

4월부터는 인천 주안도서관에서 이금이 작가 특별전도 개막했다.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 작가’ 시리즈의 일환으로,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를 포함한 대표작 17권을 만날 수 있다. 작가의 더 많은 이야기는 이금이 공식 홈페이지(https://leegeumyi.com)와 KBBY 안데르센상 소개 페이지(https://kbby.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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