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틈새로 만나는 이금이의 문학세계와 작품 해석



이금이 작가의 ‘일제강점기 여성 디아스포라 3부작’ 완결편 『슬픔의 틈새』(사계절, 2025)가 출간됐다. 광복 80주년을 기념하며 출간된 이 작품은 1940년대 사할린 탄광을 배경으로 소녀 주단옥의 80년 일대기를 그린 역사소설로, 2026년 평택시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다.

책 소개

『슬픔의 틈새』는 이금이 작가가 9년에 걸쳐 완성한 대작이다. 사계절 출판사에서 2025년 8월 15일 광복절에 출간된 이 소설은, 1910년대 하와이 이민 1세대 ‘사진신부’를 그린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2016)와 하와이 이민을 다룬 『알로하, 나의 엄마들』(2020)에 이어지는 3부작의 마지막 편이다. 1편이 1910년대, 2편이 1920년대에서 출발한 것을 고려하면, 이 시리즈는 사실상 일제강점기 전체를 아우르는 대서사로 완성된다.

이야기는 1943년 3월, 주인공 주단옥 가족이 고향 다래울을 떠나 남사할린(화태)으로 향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일본이 조선에 시행한 ‘국가총동원법’의 일환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탄광으로 먼저 떠난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그러나 1944년 아버지가 일본 본토 탄광으로 ‘전환배치’된 뒤 갑작스럽게 일본이 패망하면서, 단옥의 가족은 이산가족이 되고 소련의 지배 아래 놓여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광복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은 사할린 한인들의 삶은 국가와 사회가 제대로 조명하지 않았던 역사의 한 장이다.

소설은 단순한 과거의 기록에 그치지 않는다. 국가란 무엇인가, 뿌리란 무엇인가, 그리고 조국에게 수차례 배신당하면서도 끝내 자기 삶을 지켜낸 여성들의 꿋꿋함이란 어떤 것인가를 독자에게 묵직하게 던진다. 이 책은 광복 80주년이라는 역사적 시점에 출간된 것 자체로도 의미가 크다. 이금이 작가 공식 홈페이지에서 작가의 집필 이야기를 더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주요 등장인물

주단옥 — 이름을 빼앗긴 시대를 살아낸 소녀

1931년생 소녀 주단옥은 이 소설의 심장이다. 아버지를 찾아 사할린까지 떠나온 열두 살 소녀는, 일본 통치 아래서는 ‘타마코’로, 소련 지배 하에서는 ‘올가 송’으로 이름이 바뀌는 80년의 세월을 온몸으로 통과한다. 이름과 국적이 몇 번이나 바뀌는 동안에도 단옥은 조국에게 수차례 배신당하면서 누구보다 간절하게 자기 삶을 개척해나간다. 단옥은 단지 피해자가 아니다. 이금이 작가가 사할린을 직접 방문하며 만난 할머니들의 어린 시절 모습을 한데 모아 빚어낸 인물로, 역사의 틈새에서 쉬지 않고 살아남은 여성들의 집합적 초상이다.

치요·유키에 — 민족을 넘어선 연대의 힘

단옥 곁에는 민족과 국적을 달리하는 여성들이 있다. 남편을 잃거나 다친 뒤에도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앞장서는 치요와 유키에는, 서로 각자의 서사를 지닌 이방인으로 만나 서로 의지하고 연대하며 삶을 이어 나간다. 이들의 우정과 연대는 단순한 위로의 서사를 넘어, 극한의 고난 속에서 인간다움을 잃지 않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소설 전체에 걸쳐 조용하지만 강렬하게 묻는다. 이금이 작가가 3부작 전체를 통해 탐구해온 ‘여성 연대’의 주제가 이 두 인물을 통해 가장 선명하게 빛난다.

이 소설이 오래 읽히는 이유

『슬픔의 틈새』는 출간 직후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사계절 출판사가 ‘이달의 주목도서’로 선정하고 출간 기념 북토크가 진행되었으며, 2026년에는 평택시 시민독서운동 ‘평택, 책을 택하다’의 성인 부문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시민공모로 추천된 224권 중 시민도서선정단의 네 차례 토론을 거쳐 뽑힌 결과다. 여기에 더해 전라남도립도서관의 2026년 올해의 책 문학 분야에도 이름을 올렸다. 출간된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복수의 지역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택받은 것은 이 소설의 문학적·사회적 울림을 방증한다.

이 소설이 오래 읽힐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작가의 치밀한 고증과 7년에 걸친 집필 과정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이금이 작가는 2018년 직접 사할린을 방문해 현지 동포 어르신들을 만나고 역사와 맞물린 장소들을 직접 답사하며 이야기를 구체화했다. 썼던 초고를 모두 버리고 새로 쓰는 과정을 거칠 만큼 인물들의 목소리에 집요하게 귀를 기울인 결과물이다. 소설가 강화길은 이를 두고 “이금이 작가는 이번에도 그 입구를 찾아냈다”고 평했다. 이금이 작가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2024, 2026년 두 차례 연속) 글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르며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은 작가다. 안데르센상 이슈를 계기로 3부작 전편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시리즈 또는 관련 작품 안내

『슬픔의 틈새』는 ‘일제강점기 여성 디아스포라 3부작’의 완결편이다. 세 작품은 각각 독립된 이야기이면서도, 일부 인물이 두 작품에 걸쳐 등장하며 서로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다. 시리즈를 처음 접한다면 1편부터 순서대로 읽는 것을 권한다.

  • 1편 —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 (2016, 사계절): 일제강점기에 서로 다른 신분을 가진 두 소녀가 주체적으로 자기 운명을 헤쳐나간 이야기. 영어·일본어·아랍어·이탈리아어 등 해외 판권이 수출되었고, 이 작품으로 이금이 작가는 2018년 IBBY 아너리스트에 선정되었다.
  • 2편 — 알로하, 나의 엄마들 (2020, 창비): 1917년, 사진 한 장에 운명을 걸고 하와이로 떠난 열여덟 살 버들과 홍주·송화 세 여성의 이야기. 이민 1세대 여성들의 연대와 생존을 그렸으며, 드라마화(이준익 감독)가 추진 중이다.

한편, 『슬픔의 틈새』는 출간 시 사계절 출판사 강연 안내 기준으로 청소년과 성인 모두를 대상 독자로 기획된 작품으로, 중·고등학생부터 성인 독자까지 폭넓게 읽을 수 있다.

이런 독자에게 추천한다

한국 근현대사, 특히 일제강점기와 광복 이후 사할린 한인들의 이야기에 관심 있는 20대 이상의 독자라면 누구에게나 강력히 권한다. 역사 교과서가 다루지 않는 ‘잊혀진 이들’의 삶을 촘촘한 서사로 풀어냈기 때문에, 역사에 무심했던 독자라도 몰입하며 읽게 된다. 미국 드라마 《파친코》처럼 한 여성의 일대기를 통해 한국 근현대사를 조망하는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특히 반길 소설이다. 실제 독자 반응에서도 “파친코 느낌”이라는 평이 이어지고 있다.

여성의 삶과 연대, 정체성 문제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도 빠뜨릴 수 없는 책이다. 이금이 작가는 3부작 전체를 통해 국가와 민족이 규정하기 이전에 존재했던 여성 개인의 목소리를 복원해낸다. 또한 한국사 수업이나 광복절 전후로 역사적 울림이 있는 책을 찾는 교사·사서·독서모임 운영자에게도 안성맞춤이다. 중학생 이상 청소년 독자도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서사 구조를 갖추고 있어, 세대를 아우르는 독서 프로그램 교재로도 적합하다.




슬픔의 틈새, 이금이, 사계절, 여성 디아스포라, 사할린 한인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인덱스